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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제 사람들은 나막신을 신었나?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 4월 30일 개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흔히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에 대해 얘기할 때 고구려는 북한 지방과 만주, 백제는 충청ㆍ전라도, 신라는 경상도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건 사실이 아니다.

백제는 지금의 서울에서 건국되고 약 500년 동안 유지됐다. 지금의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이 그 한성 백제시대 정궁이었다. 역시 송파구 오륜동에 있는 몽촌토성은 한성 백제시대 별궁으로 간주되고 있다. 백제는 곧 서울 중심 국가였던 것이다.

백제가 고구려의 침입을 받아 멸망하고 백제 왕족이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 다시 한성 백제의 뿌리를 이어 세워진 나라가 지금의 공주를 기반으로 한 웅진성의 백제다. 여기서 백제는 고작 63년 존속했고, 다시 백제 왕족이 남하해 지금의 부여(사비성) 일대에 다시 백제를 세워 122년 존속한 뒤 멸망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백제의 수도 웅진성(공주)과 사비성(부여)은 백제의 마지막 불꽃을 태웠던 극히 짧은 백제 역사의 일부분인 것이다.

즉, 정리하자면 역사적 정설대로 기원전 18년부터 서기 475년까지 678년간 백제가 존속했다고 보면 그중 493년이 한성 백제 시대였으며, 서울은 백제, 조선,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1080년 동안 국가의 수도 역할을 한 세계사적으로 의미 있는 고도(古都)가 된다.

이는 수도로서 서울이 일본의 교토(1074년), 중국의 베이징(720)보다도 역사적 연원이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산둥성과 양쯔강 일대까지 세력을 넓혔다는 백제 근초고왕의 시대가 바로 한성 백제 시대다.

그러나 백제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고대 국가였다는 사실이 명확해진 것은 최근 서울 송파구 일대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에 대한 방대한 연구 결과가 나온 뒤부터다.

이런 역사적 내용에 대한 사실적 증거가 오는 4월 30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서울시는 4월 30일 한성백제박물관을 개관한다고 23일 밝혔다.


▶한성백제 박물관 4월 30일 개관=서울시는 지난 2004년 서울에서 건국돼 수백년간을 지속해 온 백제 박물관 건립계획을 수립한 지 약 8년 만에 박물관을 정식 개관한다.

2005년에는 박물관의 위치와 규모를 정했고, 2006년에는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2007년에는 박물관 건축 설계에 착수해 2008년 건립부지에 대한 토지를 확보하고 착공에 들어갔으며 2009년에는 한성백제박물관 건립추진단을 발족시켰다.

2010년에는 비로소 박물관 건축을 준공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약 2년여 동안은 유물 수집 및 전시물 제작 및 설치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 길고도 지난했던 과정이 결실을 이뤄 마침내 오는 30일 박물관 준공에까지 이른 것이다.


박물관 토지 확보와 건축물 설계에는 총 570억원이 투입됐다. 이 중 30%는 정부 보조, 나머지는 서울시 예산으로 부담했다.

박물관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남 2문 근처에 건립됐다.

박물관의 스카이라인은 몽촌토성 성벽의 실루엣을 해치지 않는 높이에서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그리고 있으며, 건물 외관은 해상 강국 백제의 배를 형상화했다.

대지면적 1만4894㎡, 연면적 1만9423㎡ 이며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다.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야외 전시공간은 물론, 강당과 세미나실, 도서관 등도 마련돼 있다. 2층에는 카페테리아와 식당, 옥상 전망대 등이 마련돼 실제 서울의 지형지물을 바라보며 옛 백제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나막신의 기원은 백제?=흥미로운 것은 박물관에 전시된 백제 유물이다. 국보에서 사적에 이르기까지 백제와 관련된 유물 4만2311점이 이 박물관에 전시된다.

이 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유물은 나막신이다. 백제인들의 일상 생활 유물 중 하나로 전시된 나막신은 일본인들이 신는 ‘게다’와 흡사하다. 박물관 관계자는 “나막신 또한 당시 한성 백제 유물 중 하나로 백제와 일본의 긴밀한 역사적 관계를 고려할 때 백제의 나막신이 일본 게다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박물관 로비에 들어서면 풍납토성 성벽 일부가 그대로 옮겨져 전시되어 있다. 이는 일본 오사카 사야마이케 박물관에서 옛 나라시대 제방 일부의 단면을 그대로 잘라 전시한 방식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층고가 높은 박물관 로비의 천장까지 닿을 듯한 풍납토성의 토성 성벽을 보고 있으면 성벽 보초를 서고 있는 백제 병사가 당장에라도 나타날 것 같다. 이 성벽은 면적 26만평(약 86만㎡)에 달하는 도성 내부를 둘러싼 둘레 3.6㎞ 규모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김기섭 한성백제박물관 전시기획과장은 “당시 백제 인구를 70만~8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풍납토성 축조에만 약 200만명이 동원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풍납토성 축조는 백제의 국력을 모두 기울인 대규모 사업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비를 지나 제1전시실에 들어서면 선사시대 서울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구석기, 신석기 시대에 이어 청동기 시대의 서울 일대 유물과 당시 생활 방식을 보여주고, 이후 마한의 일부 지역이던 백제가 어엿한 나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유물과 영상 자료를 통해 소개한다. 돌도끼, 빗살무늬토기, 청동검, 청동 거울 등이 전시된다.

새롭게 복원된 청동검이나 청동 거울이 황금빛을 띄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김 과장은 “청동검이나 청동 거울은 원래 황금과 비슷한 색깔을 띠는데 세월이 지나 부식되면 푸른 빛을 띠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2전시실에서는 ‘왕도 한성’이라는 주제로 한성 백제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유물과 실물 크기로 복원한 백제 배 등을 전시한다. 금동관, 금동신발, 귀걸이, 기와 등이 전시되는데 이 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토관과 바둑판, 복제된 칠지도, 나막신 등이다.


▶전시 유물 중 하이라이트 ‘토관’=토관은 흙으로 만든 하수관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토관은 지금까지 출토된 어떤 백제 유물보다도 중요하다”며 “이 토관이 당시 백제 사람들이 토관을 통해 하수관 체계를 만들어 운용했다는 사실의 증거”라고 말했다.

바둑판은 일본의 수많은 값진 옛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정창원(도다이사의 부속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2억원을 들여 현재의 기술로 그대로 복원한 것으로, 복원품이지만 그 자체가 보물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역시 일본 이소노카미 신궁에 보관돼 있던 보물인 칠지도도 원형 그대로 복원해 전시하고 있다. 칠지도는 백제 근초고왕 당시에 일본 왜왕에게 만들어 준 칼이라는 상감이 새겨져 있는 칼로 제작 시기는 근초고왕 24년인 서기 369년이다. 길이 74.9㎝인 이 칼은 매끈한 철재 흰색 광채를 낸다.

서기 523년 경 중국 양나라에 온 사신국의 사신들을 그린 그림인 양직공도 또한 눈길을 끈다. 이 그림에서 갸느스름한 눈매, 오똑한 콧날, 작고 도톰한 입술의 백제국 사신의 외모는 현재 우리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어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서기 4~5세기 백제에서 중국과 일본을 오가던 사신선인 백제 배도 길이 12.6m의 실제 크기로 복원해 전시하고 있다. 관계자는 “고대 선박 전문가가 총동원되어 복원한 작품으로 현재 한강에 띄워 운항해도 될 만큼 견고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관람객은 갑판 아래 선실, 부엌 등에 들어가 배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볼 수도 있다.

제3전시실의 전시 주제는 ‘삼국의 각축’이다. 이곳에서는 한강을 두고 각축을 벌였던 고구려, 백제, 신라와 얽힌 유물이 전시되거나 영상이 상영된다. 이곳에는 일본 국보 1호인 고류지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이 그대로 복원돼 전시된다. 일본 측에서는 일본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 국보 83호인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유사하다는 점, 일본에서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소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점 등을 고려해 한국에서 제작됐거나 한국의 영향을 크게 받은 작품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라는 것이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박물관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몽촌토성이 눈 앞=2층에는 카페테리아와 식당이 있어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고 이어서 옥상에 오르면 눈 앞에 한성 백제의 별궁인 몽촌토성이 눈 앞에 훤히 드러난다. 원래 박물관 높이(지상 2층)의 동산이 있던 곳에 흙을 파고 건물을 지어 몽촌토성과 비슷한 눈높이에서 주변을 내려다 보게 했다.

주변에는 아파트나 공원 등이 빽빽하게 들어선 것이 아쉬운 점이지만, 그나마 옥상에 올라 이 일대를 둘러보면 백제 시절 지형 지물과 당시 사람들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이해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박물관 측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이종철 한성백제박물관 건립추진단장은 “한성백제박물관 개관으로 수도 서울의 역사적 지평이 1080년까지 넓혀졌다”며 “풍납토성 발굴은 현재 약 10%에 그치고 있으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가 발굴 조사를 하면 앞으로 백제에 대한 무궁무진한 유물과 역사적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주변 도보 거리에 미술관, 공원 등이 함께 있어 주말 가족 나들이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한성백제박물관은 평일 9시~21시까지 개관하고 공휴일과 주말은 9시~18시까지 연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쉰다.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 5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버스는 30-5번, 30-6번, 3412, 3413번을 타고 올림픽공원 남2문에 내리면 된다.

관련 문의는 박물관 홈페이지(http://baekjemuseum.seoul.go.kr)나 전화(02-2152-5800)로 하면 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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