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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이 두렵다-가계> 집값 상투 잡은 하우스 푸어들…집 못팔고 끝내 경매로 내몰려…
수도권 경매 청구액 사상 최고치
40대 중반의 직장인 이모 씨. 그는 3년 전 경기도 안양의 30평형대 아파트에 살다 인근 평촌의 40평형대 아파트로 이사했다. 집을 넓히면서 돈이 부족했던 그는 3억원가량의 돈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현재 그가 내는 이자만 월 150만원가량이다. 이자비용과 자녀교육비용을 내고 나면 생활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집값은 3년 사이 1억원이 넘게 하락했다. 결국 그는 집을 줄이기 위해 매물을 내놓았지만 대형 평형은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하는 통에 집을 보러 오는 이조차 없다. 당시 아내에게 “큰 집이 돈이 된다”며 무리해서라도 집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는 요즘 하루하루가 고통일 뿐이다.

한때 자고 나면 수천만원씩 오르며 ‘부동산 불패신화’까지 낳았던 집값이 수년째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이 씨와 같은, 이른바 ‘하우스푸어’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금융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자 가운데 6분의 1가량은 하우스푸어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집값이 최고점이었던 2006~2007년에 집을 마련한 이들이다. 당시 연일 치솟는 집값을 바라만 보던 무주택자 사이에 ‘내 집 마련은 하루라도 늦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급격히 확산됐고, 급기야 수억원씩 대출을 받아가면서까지 집을 마련하는 이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여건의 악화, 베이비부머의 은퇴, 30ㆍ40대 주택 수요층의 구매력 감소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집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씨와 같은 하우스푸어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최근 한계상황에 도달하는 상황이다. 특히 극심한 거래 실종 상황이 지속되면서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이들이 극단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당장 서울과 수도권에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에 부쳐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이 수도권 아파트 최초 경매 진행 사건을 조사한 결과, 지난 3월 금융권의 청구금액이 사상 최고치인 2025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4월에도 최고 수준인 1972억원이 청구됐으며, 경매 청구 건수도 지난 3월 681건, 4월 629건으로 크게 많아졌다. 금융권의 청구금액 증가는 하우스푸어에 대한 자금 상환 독촉이 심해졌으며, 자금 상환을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낙찰가율이 낮은 아파트가 속출하는 지역에서는 경매물건이 일반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실수요자들의 정상적인 거래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악순환을 고리를 형성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다수의 전문가는 이 같은 하락 추세가 조기에 반전될 가능성이 낮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이들은 다만 거품이 최대한 서서히 제거돼 금융권과 가계가 극단의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의 한 고위 임원은 “현 주택 시장은 집값이 하락한 뒤 반등을 기대하는 단기 파동의 흐름이 아닌 주택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는 시점”이라며 “집값이 단기간에 급락하면 금융권과 가계가 파국을 맞는 만큼 최대한 천천히 거품이 해소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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