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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40대 가장의 불행, “아이 학비 벌려고 그만…”
[헤럴드경제= 박병국 기자]“죽기 위해 한강에 섰지만 아이들이 아른거렸습니다. 이왕 죽을거라면 아이들 학비라도 남겨놓고 죽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게 후회스럽습니다.”

10일 특수 강도 미수 혐의로 수갑을 찬채로 묵묵히 이야기를 해나가던 A(43) 씨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울음을 터트렸다. A 씨는 지난 2004년부터 두 딸을 키워왔다. 두 딸은 당시 갓난아이와 2살이었다. A 씨의 부인은 큰 빚을 졌다. 이후 A 씨는 가정을 지키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A 씨는 부인과 이혼했고, 두 딸을 도맡아 키워왔다. A 씨도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했다. 아버지 밑에서 컸던 A 씨는 부모 밑에서 크는 게 너무 부러웠다. 당연히 아이들에 대한 애착이 컸다. 이혼을 한 뒤 A 씨는 아내가 진 빚 1500만원까지 떠안았다.

A 씨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몰려온 것은 그 때다. 직업을 잃어 변변찮은 수입원이 없던 그는 두 딸의 양육비를 마련키 위해 사채업자에게 1400만원을 빌렸다. 막노동을 전전했지만 이자와 원금을 갚는 것이 벅찼다. 사채업자들의 빚독촉은 계속 됐다.



사채업자들은 집까지 찾아와 딸 아이들까지 괴롭혔다. 급기야 지난 4월 사채업자들은 A 씨가 다니던 회사까지 찾아왔다. A 씨는 더 이상 직장을 다닐 수도 없었다.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 A씨는 신체 일부라도 팔기로 결심했다. 신장을 떼 팔면 2억원을 준다는 제안도 받았다. 그 돈으로 빚도 갚고 아이들 학원도 보내고, 맛있는 것도 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브로커가 이상한 제안을 했다. 검사비가 필요하다는 거였다. 200만원을 요구했다. 낭떨어지에 있던 A 씨는 급박했다. 결국 A 씨는 200만원을 더 빌렸다.



그러나 신장 수술 날짜를 잡아준다던 브로커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 뒤 사채업자들의 빚독촉 압박은 더 심해졌다.

사채업자들이 아이들까지 괴롭히자 A 씨는 큰 딸 아이에게 “모르는 사람이 오면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말한 뒤 경기도 안산 집을 떠나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그러나 딱히 방법이 없었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도무지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다. 결국 A 씨는 자살을 결심했다.

A 씨는 경찰에서 “죽기 위해 한강에 섰을 때 새근새근 잠든 작은 딸아이 숨소리, 아빠가 들어오면 밥상까지 차려놓고 기다리던 큰 딸의 모습이 아른거렸습니다. 이왕 죽을 거라면 아이들이 학교 걱정 안 하게라도 하자라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A 씨는 지난 6월 10일 새벽 3시께 부유층이 사는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 13층 아파트 옥상에서 로프를 이용해 12층 B(53) 씨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치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A 씨는 진술 마지막에 “내가 감옥에서 나올 때까지 아빠가 도둑질을 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두 딸은 현재 충남 논산에 있는 A 씨의 어머니가 맡고 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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