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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정적 가학적 '막장' 인터넷방송 어쩌나
"요구르트 45개 마시고 토하고…과다 노출 의상 심각"
선정성ㆍ폭력성으로 물들어버린 인터넷 개인방송

[헤럴드경제=채상우 인턴기자]한 인터넷 개인방송의 남성 방송자키(BJ) A씨가 웃통을 벗고 요구르트 45병을 마시고 있다. 20병이 넘어가자 괴로운 표정을 짓더니 결국 게워내고 만다. 채팅창에는 빨리 마시라고 재촉하는 글들과 욕설이 난무한다. 이런 광경은 인터넷 개인방송을 제공하는 ‘아프리카TV’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 여성 BJ는 “별풍선(아프리카TV 인터넷 캐쉬)을 받은 만큼 노출을 하겠다”며 의도적인 선정성 방송을 하기도 한다. ‘아프리카TV’의 선정성을 표방한 ‘섹시아프리카TV’라는 성인 사이트까지 생겨날 정도. BJ들이 시청자들에게 욕을 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방송되기도 하고, 채팅창에는 온갖 음란 패설과 욕설이 난무한다.

이처럼 최근 인터넷방송 사이트 ‘아프리카TV’의 일부 방송 내용이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어서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감독해야 할 정부당국과 ‘아프리카TV’ 운영사인 나우콤측에서는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인터넷 방송의 위험성은 가상의 세계를 넘어 현실까지 이어지고 있어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유명 남성 BJ ‘명수(예명)’가 여성 시청자들을 성추행하고 성관계까지 가져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심지어 피해자 중에는 중학생 등 미성년자까지 있어 충격을 안겼다. 방송에서 얻은 인기를 이용해 여성 시청자들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한 여성 BJ가 신체 일부가 훤히 드러나보이는 노출의상을 입고 선정적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돈벌이로 전락한 인터넷 개인 방송=인터넷 개인 방송의 선정성이 심해지는 원인 중 하나는 개인방송이 돈벌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의 수익구조는 ‘별풍선’이라는 인터넷 캐쉬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별풍선 구입가는 1개 당 110원(VAT포함)이며 BJ는 70원 정도를 가져간다. 나머지 금액은 나우콤 측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다.

지난달 28일 ‘BJ엣지’가 진행하는 방송에서는 한 시청자가 별풍선 16만 개를 선물했다. 총 17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2010년 랭킹 1위였던 ‘BJ인범’이 공개한 월 평균 수입은 900만원이 넘는다. 여성 BJ의 경우 방송 특성과 시청자 층을 감안했을 때 이보다 많은 수익을 낼 것이라는게 방송 운영자들의 전언이다.

이렇듯 ‘아프리카TV’가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더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BJ들이 늘고 있다. 방송의 선정성에 비례해 별풍선의 개수가 쌓여간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여기에 나우콤이 선정한 인기 진행자인 ‘베스트 BJ’ 만이 별풍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 역시 이 같은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또 다른 남성 BJ가 수십 병의 요구르트를 마시고 게워내는 장면을 여과 없이 방송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고삐 풀린 방송, 방통위ㆍ나우콤 뭐하나?=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 개인방송이 경쟁적으로 선정성을 내세우는 상황에 대해 특별한 조치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심의규정상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방송 매체에 대해서만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의 정책대로라면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대부분의 BJ들의 방송 시간이 일정치 않은 데다, 수천여 개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긴 어려운 일이다. 방송 캡쳐 화면이나 시청자들의 증언은 물론, 녹화방송 자료도 문제 방송을 재제하는 데 활용될 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나우콤 측도 자체 심의 규제를 하고 있지만 그 절차가 까다롭다. 전화통화로는 접수할 수 없고 인터넷 접수 채널 만이 존재한다. 그 마저 처리 과정이 오래 걸리고 접수가 되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결국 지금 이 시간에도 규제의 사각지대를 노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이 여과 없이 방송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에서는 라면 국물에 세수를 하는 등 가학적인 장면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줘 불쾌감을 주고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의 규제, 어디까지?=경인여대 국어교육과 박인기 교수는 “인터넷 개인방송은 후기 정보화 사회에서 인터넷 콘텐츠의 계속적인 발전과 빠른 패러다임의 변화에 사람들의 개인적인 욕구와 스트레스 등이 분출되는 통로로 작용되고 있다”며 “기술발전을 통해 개인이 가지는 권한의 크기는 더욱 커지는데 반해 책임의식은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억제하면 안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 매체 안에서의 기본적인 규정 자체가 미흡하다”며 제도적인 규제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연구위원은 “사실상 수많은 개인 방송을 일일이 관리하고 재제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법적인 개입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국가 정책적으로 성매매 특별법을 강행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정책들이 성매매를 더욱 음지로 퍼지게 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규제보다는 교육을 통한 스스로의 자정 작용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장 연구위원의 입장이다

doubleu@heraldm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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