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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국무대서 첫 공연 첫 평가…무척 떨렸어요”
입단 7년만에 ABT 수석무용수 서희
국내 ABT ‘지젤’ 3차례 공연이후
지금은 학생들 가르치는데 전념

“스위스 로잔콩쿠르 파이널때 전율
그 느낌 찾기위해 발레하고 있죠”



입단 7년 만에 세계적인 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수석무용수가 된 서희〈사진〉. 수석무용수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난달 고국 무대를 밟았다.

국내 무대라 더 떨렸다는 서희가 얼마 전 ABT의 ‘지젤’ 공연을 마치고 유니버설발레단의 하계 발레아카데미에 참가했다. ABT의 긴 투어가 끝나고 쉴 법도 한데 그는 8월 4일까지 열리는 발레아카데미에서 발레 기본과 테크닉을 가르치는 데 열중이다. 지난 한 주는 다른 걸 다 제치고 클래스에만 전념했다. 강의를 앞두고 있는 그를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수석무용수로 국내 무대가 처음이기도 하지만 강의도 처음이다.

그는 유니버설발레단이 러시아 스타일로 가르치는 걸 아는 터라 이젠 미국식 발레가 몸에 익은 것이 조금 걱정이었다. 그런 서희에게 발레단 측은 한 스타일에 치우치지 않고 다른 스타일로도 가르치길 원했고 예전에 배웠던 것들, DVD를 참고하고 상기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후배들을 보니 예쁘고 예전 생각도 많이 난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지난달 수석무용수로 선 이번 ABT의 ‘지젤’ 내한공연도 부담이 컸던 무대였다.

“첫 공연 때는 무척 떨렸어요. 한국에서 처음으로 받는 평가잖아요.”

3차례 공연을 하니 점점 나아졌다. 하지만 썩 만족스럽진 않았다. 처음이라 많은 게 아쉬웠을 터다. 서희는 “공연마다 항상 배우는 점이 있어요.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내가 어떤 정신으로 무용을 해야 하는지를 배웠죠”라고 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평소엔 공연이 있으면 객석에서 무대를 보며 전반적인 평가를 하기도 하는데 이번엔 공연이 3회나 있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돼 무대 전체를 볼 수는 없었다.

그에게 수석무용수가 된 소감을 물었다. 그는 “수석무용수가 된 게 처음엔 얼떨떨했고 그동안 공연에 집중하느라 기쁘다는 감정을 느낄 새가 없었는데 이제야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ABT는 무용수에게 모든 작품과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테크닉과 정신력을 요구한다. 그런데도 그는 수석무용수들만의 뭔가가 자신에게는 아직 없다고 겸손해했다.

솔리스트 시절, 그는 오직 발레에만 집중했다. 그런 그에게서 ABT는 가능성을 보았다. 서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방과후 활동으로 발레를 시작했다. 아카데미를 다니며 체계적으로 발레를 배운 발레리나들에 비해 입문과정이 늦은 편이다. 교장선생님 추천으로 선화학교 콩쿠르에 나가 장려상을 탔고 장학금을 받아 중학 2학년까지 선화학교를 다녔다. 그는 “나중엔 나아졌지만 처음엔 친구도 없고 발레도 못했다”며 학창시절을 회고했다. 그의 유학은 의외로 빨랐다. 중학 2년 때 미국 워싱턴 키로프 발레학교 교장 선생님이 선화학교를 방문해 오디션에 합격했다.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 들어갔다. 지금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무용수로 있는 장효정이 그 시절 룸메이트다.

그는 2003년 스위스 로잔콩쿠르 파이널 때 전율을 잊지 못한다. “사람들이 그에게 집중하던 그때의 그 느낌을 찾기 위해 발레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서희는 앞으로 “내 이름에 맞는 무용수가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고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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