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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K팝 흐르는 거리엔 한식당 즐비…신오쿠보는 ‘작은 명동’ 이었다
도쿄 번화가 속 코리아타운 신오쿠보 가보니…

[도쿄=서병기 선임기자] 일본 도쿄의 신오쿠보가 한류 붐을 타고 더욱 유명해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본에 사는 한국인을 위한 식당과 편의점이 들어서 있었던 신오쿠보는 이제 일본인들이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물건을 사며, 공연장과 음반 매장에서 한국 노래를 듣는 등 한국 문화를 즐기려는 일본인들이 몰려드는 장소로 변모했다.

도쿄 번화가 신주쿠에서 걸어서 10분거리다. JR(일본철도) 신오쿠보역에서 나가자마자 차도를 따라 2㎞ 남짓한 거리 양쪽으로 한식당과 한국화장품가게, 의류판매점, 잡화점 등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한인 가게 수만도 300여곳에 이른다.

K-팝(Pop)이 흘러나오는 음반가게 앞에서는 한국 연예인 사진과 음반을 구경하는 일본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빅뱅, 초신성, 비스트, 씨엔블루 음반은 특히 인기가 높았다. 길거리에서는 호떡과 떡볶이 등을 사먹는 일본의 10~20대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한 평 남짓한 가게지만 유학생 출신인 김봉두 씨의 호떡가게는 이미 유명하다.

기자가 신오쿠보를 방문한 주말 낮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주말 하루 방문객이 3만명 정도 된다고 한다. 이 중 80~90%는 일본인이다. 한국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고 막걸리를 마시며 한국 음악을 듣는 게 하나의 코스라고 한다. 한국인 그룹 ‘SOS’와 ‘4C’처럼 K-팝 라이브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팀들은 이미 이 지역 스타다.

일본 도쿄 신오쿠보거리는 한류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음반을 사는 일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신오쿠보의 음반가게 한 코너를 가득 메운 K-팝 음반들, 10~20대 여성들에게 인기 만점인 호떡·떡볶이 가게, 장근석을 모델로 한 메뉴판이 이채롭다.[사진제공=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한류 카페가 군데군데 있는 것도 특이했다. 여기에서는 한국인 점원에게 한국어 수업을 일 대 일로 받을 수 있다. 15분당 500엔을 내면 된다고 한다. K-팝이 인기를 끌고 한국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일본 팬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일본인도 급증했다. 이는 한류 카페의 성업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신오쿠보가 활기를 띠고 있는 건 한국 문화의 힘이다. K-팝과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일본인의 선호는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확산됐으며, 도쿄 내 신오쿠보라는 ‘한류 허브’를 만들어냈다. 굳이 ‘극일(克日)’을 주장하지 않아도 우리가 좋아하는 대중문화를 마음껏 향유하고 제작자와 아티스트, 배우들은 이에 부응함으로써 더 수준 높은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이 다양한 문화, 재미와 품격을 갖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다.

‘한류 성지’ 신오쿠보가 에너지가 넘치는 건 좋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자 무질서와 부작용도 없지 않다고 한다. 밤에는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죽치고 있는 일본 젊은 세대들이 눈에 띄었고, 호객꾼들도 하나 둘 활동 중이었다. 주변에는 쓰레기가 방치돼 있기도 했다. 골목 안쪽에는 네온 불빛을 밝힌 러브호텔도 성업 중이었다. 도쿄 최고 중심가인 시부야나 신주쿠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신오쿠보는 한국과 일본의 경계선이 없는, 이상한 거리지만 일본의 우익 언론들이 혐한류와 반한류 기사를 만들어내는 토양이 될 소지도 있어 보였다. 신오쿠보에서 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면 한국이 덤터기 쓰기에 딱 알맞다. 이런 부분은 K-팝 제작사나 드라마 제작자가 감당해내기 어렵다. 기업과 정부가 신오쿠보를 한국 문화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데에 조용히 지원해야 할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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